"더이상 방법이 없다"… 포스코·현대제철, 잇따라 가격 인상 나서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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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28 06:00

국내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이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2분기 영업적자를 낸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철강·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철강 제품 수출가격을 톤당 20~30% 인상했고, 유통이나 재압연, 강관사와 가격 인상을 협의하고 있다. 포스코는 다음달 후판 유통가격(1만원)과 냉연강판(2만원), 용융아연 도금강판(3만원)의 유통가격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내 조선소들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가 2010년 이후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요청했다. 가격 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포스코는 "사용하던 수입재를 포스코 제품으로 전환하면 가격을 조정해주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우리도 원료가격 상승 때문에 가격 인하는 어렵다"며 "수입재를 포스코 제품으로 대체하면 가격을 차별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도 가격 인상에 발 벗고 나섰다. 현대제철은 이달 들어 열연·후판 유통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올렸고 냉연 유통가격도 4만원가량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소재 가격이 상승해 가격인상을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위해 철광석 수입량을 늘리면서 철광석 가격이 올랐고, 추가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110.29달러로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월 초(82.44 달러) 대비 34%가량 올랐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됐고, 각국에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서 원료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철강 가격도 6월부터 본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이번에도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면 3분기 실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30달러 가까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지난 2분기에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분기 별도기준으로 10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분기 실적을 공개한 200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연결기준으로도 영업이익(84.3%)과 순이익(84.6%)이 모두 80% 이상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자동차 강판, 조선용 후판 수요 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진한 성적표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별도기준 영업적자 96억원, 연결기준 영업적자 2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철강사들이 제품 판매 가격 인상에 성공하면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업황 부진, 철광석 가격 상승 등 영업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급 감했다"며 "포스코는 7월부터 일부 판가 인상분이 반영되어 향후 회복을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인프라 투자로 철강 수요가 회복하면서 제품 유통 가격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1월 말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회복했다"며 "국내 철강사들의 처절한 가격 인상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