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보다 조서열람에 더 집중하는 정경심 - 한국일보

조사보다 조서열람에 더 집중하는 정경심 - 한국일보

/그림 1 자녀 입시 관련 의혹,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재소환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밤늦게 까지 불이 켜있다. 연합뉴스

건상 상 이유로 장시간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보다는 조서를 열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소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 교수가 검찰의 질문을 분석해 향후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 5일 9시쯤 검찰에 출석한 뒤 자정쯤 귀가했다. 15시간 가량 검찰에 머물렀지만 정작 조사를 받은 시간은 2시간40분 밖에 되지 않았다. 오전 9시부터 약 7시간은 지난 3일 조사받은 피의자 진술조서를 열람했고, 본 조사가 시작된 것은 오후 4시부터였다고 한다. 그마저도 오후 6시40분에 조사가 종료됐고, 오후 11시 55분쯤까지 5시간 넘게 다시 조서를 열람했다.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출석에서 조사보다 많은 시간을 조서열람에 할애한 셈이다.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조사보다 조서열람에 더 집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역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피의자조사를 받은 양 전 대법원장은 총 다섯 차례에 걸친 검찰 출석 가운데 총 36시간을 조서열람에 할애했다. 답변의 수정이나 삭제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 검찰의 질문을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검찰 측 전략을 파악해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전략 또한 양 전 대법원장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 교수가 조서열람을 하며 답변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다음 수순은 구속영장 청구나 추가 기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인보다는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록이 정식 재판 전까지 피의자에게 열람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정 교수 입장에서도 시간을 두고 조사를 받으며 검찰이 적용한 피의사실을 최대한 분석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 전략”이라고 했다.

검찰 소환조사에 반복적으로 응하는 모습이 향후 절차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몸이 아픈데도 검찰이 부를 때마다 출석했다는 것은 영장이 기각되는 사유 중 하나”라며 “열람도 조사시간에 포함이 된다는 점에서 보면 ‘내가 이렇게 조사를 열심히 받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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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6 08:13: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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