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도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일단 갈 길은 간다”며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선거법·공수처법 등) 처리를 자신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의 ‘벼랑 끝 전술’과 마주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처리키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지난달 25일)했던 비쟁점법안 등 199개 안건 전부에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를 요구하면서다. 갈림길에 선 민주당의 셈법과, 그에 따른 향후 시나리오를 국회법을 토대로 따져봤다.
하지만 실제 종결에는 재적의원 5분의 3(현 의석수 기준 177석)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129석)·바른미래당(13석·‘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제외)·정의당(6석)·민주평화당(4석)·민중당(1석)·무소속(17석) 전부를 합쳐도 역부족(170석)이다. 결국 변혁(15석)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공법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국회법 106조2 6항에 있다.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표결은 종결 요구 뒤 24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한 건당 최소한 만 하루의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도록 법이 설계돼서다. 회기가 종료되도, 법안 1건의 필리버스터만 종료될 뿐이다. 해당 법안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하지만, 다음 안건의 필리버스터는 여전히 살아 있다.
②우회로는 있나=우회로를 가리키는 이정표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심사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있다. 국회법 제85조3 2항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은 11월 30일까지 심사가 종료되지 않으면 다음 날(12월 1일)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국회의장이 각 3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는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난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본회의가 열릴 경우 의사일정을 새로 작성해야 한다.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필리버스터를 요구했던 본회의 부의 안건 199건은 당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상정조차 안 됐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의사일정 최우선순위(예산안 제외)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어린이 생명 안전을 위한 비쟁점법안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다. 필리버스터 우려도 없다.
이후 헌법 47조와 국회법 5조에 따라 재적의원 4분의 1(현 의석수 기준 74석)의 요구로 임시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이때, 본회의가 열리면 선거법은 지체 없이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국회법 106조의 8항).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임시회를 여러 번 개최해 필리버스터가 걸린 나머지 패스트트랙 안건도 처리할 수 있다. 임시회 기간은 수일 정도로 짧게 개최할 수 있다. 국회법 5조의2는 2월·4월·6월 1일과 8월 16일에 여는 임시회에 대해서만 기간을 정해놨을 뿐(30일간, 8월은 16일간)이다.
패스트트랙 안건이 부결되면 안 그래도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쓴 20대 국회는 물론 집권 여당에게도 ‘무능’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을 표결로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룰’을 제1야당 없이 일방 처리했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총선 이후의 갈등 심화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패자가 패배를 인정하는 데서 나오는데, 이는 규칙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며 “선거 결과가 한국당에 굉장히 안 좋게 나왔을 경우, 한국당과 그 지지층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한국 민주주의가 더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2019-12-01 08:37:5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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