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하고 복귀해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 육군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복무했으면 한다. 성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뒤 울먹이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육군본부는 22일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하고 복귀해 여군 복무를 희망한 변희수 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본부 결정 이후인 이날 오후 4시30분 변 하사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아래는 변 하사의 기자회견 및 질의·응답 전문이다.
■ 변희수 하사 기자회견 전문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집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고, 제가 살고 있던 고향과 멀리 떨어진 전남 장성까지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아 진학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부사관학교에서의 힘들고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결국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루어냈다는 것에 제 자신이 너무 뿌듯했고, 또 행복하였습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기고, 가혹하였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도, 또한 실무 부대에서의 초임하사 영내대기 또한 이겨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면서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려졌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하였으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힘들어하는 저를 두고 ‘현역복무 부적합심의를 받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왔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권유를 거절하고 계속 버티며 복무하였습니다.
결국 저의 마음은 제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결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수도병원에서의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짐을 쌓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저의 상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계속 억눌러두었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소속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였습니다.
저의 소속부대에서도 제 얘기를 듣고 현역 부적합심의를 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동안의 군 생활 모두가 순탄하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초임 하사 시기 혼란한 마음으로 방황하였지만, 그래도 결심이 선 후부터는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19년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 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직이 참모부서 담당으로 변경된 후에도 참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공군 참모총장 상장을 받는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소속 대대에서도 저의 발전된 모습을 감안하여, 부대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 허가를 승인해 주셨습니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던 소속부대장님, 군단장님, 소속부대원, 그리고 안팎으로 도와주신 모든 전우에게 그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하신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군이 트랜스젠더의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임관하였던 시기만 하더라도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사소한 잘못을 하여도 영창 징계가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은 물론이고, 곧 영창 제도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군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질의·응답
-수술할 경우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 경위를 알고 싶다.
=군에 성전환 수술한다는 사실 또한 보고했고 이 승인을 받았다. 주임원사, 대대장, 군단·육군본부까지 모두 대면보고가 된 것으로 안다. 절대로 공식적인 공식적으로 공문이 날라오거나 통보가 온 적은 없다. (지난해) 9월 수도병원에서 정신과 상담받던 중 수술하고 오면 이런 규정이 있는데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냐는 질문만 했다. 이건 공식적 통보는 절대 아니다.
-처음부터 커밍아웃할 결심을 했나? 아니면 다른 계기가 있었나?
=군에서 생활하면서 커밍아웃할 생각 없었다. 오히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역을 하고 수술을 받은 이후에 여군으로 재입대하자는 생각도 있었다. 우울증이 심화되고 수도병원 폐쇄병동에 입실했는데 담당 간호장교가 나한테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도움될 수도 있다고 말을 했다. 이 상담을 듣고 소속부대에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다시 한 번 확인 부탁한다. 본인의 얼굴 사진과 이름 보도해도 괜찮나?
=괜찮다. 끝까지 남을 거다. 끝까지 육군에 돌아갈 그 날까지 싸울 거다.
-소속부대에서 응원해줬다고 했는데?
=(지난해) 8월쯤 폐쇄병동 퇴원 직전에 부대 간부들이 면회를 왔다. 그때 나는 이 사실을 부대에 알리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 이후 부대에서는 바로 저를 현역부적격 심의로 올려서 전역시킬 수 있었는데 대대장, 주임원사, 여단장은 내가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뜻을 알아줬고 전역시키기보다는 수술하면 군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 여단 안에서도 현역부적격 심의 대신, 군단으로, 군단에서도 육군본부까지 대면보고를 해줬다. 작년 팔월쯤이다.
-성전환수술을 언제쯤 했나.
=작년 11월29일에 태국에서 했다.
-부대에 다 보고를 했고 부대에서 국외여행 허가 승인해줬다고 했다면 복무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보고한 것 아닌가. 오늘 심사위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어떤 이유인가.
=제가 적합하다 이런 답변까지 올린 것으로 안다. 하지만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바로 내일 군을 떠나게 됐다.
-육군에서는 수술받은 사실 하나 때문에 다른 이유 없이 전역시키는 것인가?
=그렇다.
-여군으로 재입대를 희망을 하나? 전역 관련해 개인적으로 추가 계획은 무엇인가?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끝까지 도전할 거다.
-군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라든지 계기가 있나?
=어릴 적부터 젠더 디스포리아 문제를 갖고 있었다. 계속 억누르고 또 억누르고 그랬다. 이런 생각 자체를 안 하기 위해서 남성적인 취미인 서바이벌 게임을 가졌다. 그리고 심지어 다른 곳으로 집중을 돌리기 위해 청소년 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중학생 때 독도와 관련해 일본 규탄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집회도 참석했다. 이 활동을 통해 저는 애국심을 함양하게 됐고 미래에 우리나라를 위해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군인이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다.
-육군본부에서 22일 24시에 전역하라고 한 건가? 이런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장 내일 군을 떠나서 집으로 가라는 것은 제가 원래 소속된 부대 간부들 또는 용사들에게 인사를 나눌 마지막 시간도 주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국군수도병원에서 퇴원할 날짜가 목요일이었다. 당장 내일 군을 떠나서 집으로 가라는 것은 제가 원래 소속된 부대 간부들 또는 용사들에게 인사를 나눌 마지막 시간도 주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폐쇄병동에 어떻게 있게 된 것인가?
=대대 주임원사랑 통화를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주임원사가 계속 전화가 왔다. 전산망에 전역 심사위 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 사이 주임원사가 여러 차례 전화 왔다. 결국은 알게 됐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자식 하나를, 손가락 하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아무것도 본인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아침에 전역 심사위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설마’ 진짜 이런 마음밖에 없었다. 최전방으로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육군을 믿었다. 심사를 받고 나서도 육군을 믿었다. 형식적으로만 하는 심사겠지 생각했다. 육군이 희망을 산산조각냈다.
-육군의 결정에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나?
=군 자체가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2018년만 하더라도 해군에서 동성애자 색출사건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공개 석상에서 얼굴과 이름 다 알린 건데 기자회견 전에 어떤 심경이었나?
=나 하나가 희생된다면…. 60만 군인 중 저와 같은 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그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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