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3040칼럼] 정부를 대하는 방법 - 영남일보

nasionaladaberita.blogspot.com
2020083101001049800041971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코로나19가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이 자연스러워졌고, 어른들은 재택근무 노하우가 쌓여가고 있다. 어느 온라인 마트에서 재고가 떨어져 더 이상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기사는 바뀐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는 달리 탄핵 이후 갈라질 대로 갈라진 정치이념은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을 불러온 광복절 집회와 정부·의사 간 갈등도 해소되지 않는 이념적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먼저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을 살펴보자.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진행한 정부와 여당의 미숙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여당은 집권 3년을 넘어선 현 시점이 아니라면 의료 불평등과 의료진 부족 등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명분만 충분하다면 176석이라는 '힘'을 지닌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이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할 수 있었다. 반면 의사들 역시 극단적인 파업·휴업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과 같은 극한의 대립으로 발전한 것일까.

그에 앞서, 왜 유독 이번 정권에서 이런 갈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미디어와 여론조사는 그 원인을 소통 부재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현 정부 하에서 유독 많은 단체들이 갈등을 극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패턴이 보인다. 단체는 소속 회원의 이익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투쟁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물론 투쟁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투쟁없이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단체의 실력이 되는 것이다.

1년에 500조원을 예산으로 사용하고 가장 많은 리소스를 가진 조직이 다름 아닌 정부다. 이런 조직과 싸운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이야기다. 단체는 대정부 업무가 필요하다. 이번 의사와 정부의 갈등에 대입해 본다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를 미리 상대했어야 한다. 국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는지, 정부는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소속 의사집단을 대표해서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은 의협의 일이다. 대정부 업무가 원활히 이뤄졌다면 지금 이런 심각한 갈등에 놓여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념갈등을 이유로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

미국 헌법은 국민이 정부에 불만사항의 구제를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 헌법을 바탕으로 로비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로비스트와 전략회사들이 국민과 정부를 보다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합법적인 로비가 없는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국민의 청원을 정부 또는 의회에 전달하는 주체가 협회와 같은 단체다. 다른 매개자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단체는 갈등 유발자가 아닌 대정부 관리기관이어야 한다. 개개인의 국민은 정부를 상대할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이 속해 있는 단체가 보다 전문적인 정부의 파트너로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 이념의 대상이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 서로를 존중할 때 보다 성숙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August 31, 2020 at 10:00PM
https://ift.tt/2EJJPFt

[3040칼럼] 정부를 대하는 방법 - 영남일보

https://ift.tt/2XUVJ6o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3040칼럼] 정부를 대하는 방법 - 영남일보"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